월요일 아침 미리 만들어두는 주말 밤
일요일은 주말이 아니다. 내일이 월요일인 이상, 몸은 주말처럼 풀어져 있지만 정신은 이미 월요일과 다름없다. 더 심하면 토요일 밤부터 월요병을 앓는다. 중학생인지 고등학생 때 들었던 신해철의 고스트네이션에서 월요병을 없애려면 월요일에 출근을 안하도록 하면 된다고 했던가, 뭐 그런 비슷한 말을 했던 것 같은데. 화요병이 생기게 되면 화요일에도 출근을 안하면 된다고 했나. 무튼 그런 궤변같은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데(오류일 수 있다), 지금은 나도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한다. 월요일에는 기본적으로 출근을 안해야 된다고 본다.
주 4일제인지 4.5일제인지 이 논의는 어떻게 되고 있는 것인가. AI가 나를 완전히 대체한다고 생각하면 씁쓸해지는 마음은 차치하고서라도, 더 이상 주 5일 시스템은 현대인에게 안 맞는 것이 아닌가. 내가 사회학자나 인류학자는 아니지만 그냥 그렇게 주장해보고 싶다.
그런데 슬프게도 나는 너무 몸이 직장인 체질이다. 일단 규칙적으로 생활을 해야 몸이 사람 구실을 하는데, 휴일이 길어지면 스스로 통제하는 방법을 잊어버려서 수면 패턴도 제멋대로, 먹는 것도 제멋대로가 되어버린다. 돈도 더 막 쓴다. 내가 그나마 몸과 마음의 중심을 잡고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것은 정기적으로 출근해야 하는 환경이 갖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정해진 시간에 자야만 하고, 정해진 시간에 움직여야만 하는 환경. 나는 그런 강제성이 있어야만 움직이는 사람이다. 내 체질이 이렇다는 걸 알고 인정하게 된 것은 그렇게 오래전 일이 아니다. 직장 생활 9년차에나 겨우 알았다(지금은 12년차네, 미쳤나;).
누구나 그렇겠지만 명절에 연차를 몇 개 끼워서 10일 넘게 쉬고 출근을 맞이할 때의 기분이란, 너무 괴로워서 세상이 그냥 뒤집혀버렸으면 좋겠다고 바라게 된다. 나는 심지어 그 기분이 너무 싫어서 10일 이상 쉬는 것은 그냥 마다하고 싶을 정도다. 요즘은 그냥 다른 사람들이 다 연차를 내고 사무실에 나오지 않을 때 혼자 출근해서 느긋하게 보내는 쪽을 택하고 싶다. 의외로 나는 긴 휴가에서 그렇게 큰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도 아니었고, 길어질 수록 몸이 더 망가지고 불안만 더 커지는 종류의 사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월요일은 너무 싫다. 또 어떤 예상치 못한 일이 나를 괴롭게 할지 걱정하느라 한숨이 길어지는 일은 연차가 쌓일수록 더하다. 물론 막상 출근하고 나면 일요일 밤에 했던 걱정이 무색할 정도로 무탈하게 지나가는 주간도 꽤 많지만, 그런 경험치를 아무리 먹여도 이놈의 불안은 줄어들 기미가 안 보인다. 그래서 나는 월요일 아침이 그나마 기대될 수 있도록 일어나자마자 먹을 아침밥을 미리 만들어두기 시작했다. 내일 먹을 아침이 준비되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눈이 좀 더 번쩍 뜨이고 침대에서 기어 나오는 힘도 5%는 더 생기는 기분이다. 게다가 일요일은 저녁도 꽤 일찍 먹기 때문에 조금 배고픈 상태에서 잠드니까 효과가 크다.
요즘은 나를 다루는 방법이라고 해야할지, 일종의 요령같은 것들을 하나 둘씩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이런 식의 자기이해는 서른 넘어서도 끝이 없구나.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내일 아침 메뉴는 꽈리고추두부덮밥이다. 내가 나름 고심해서 고정해둔 평일 아침 메뉴인데, 두부와 꽈리고추를 그냥 냅다 볶다가 간장과 물, 고추가루와 깨를 넣고 좀 조려주면 된다. 양념장의 계량은 눈대중으로 해서 간이 늘 일정하진 않다. 좀 짜면 물을 더 많이 마시고 싱거우면 김치를 더한다. 남한테 대접은 못하지만 나한테는 언제나 승률 100%인 메뉴. 약간, 간계밥 같은거지.
다음주도 내가 걱정한 만큼의 일 없이, 조용하고 무사히 보낼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