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ahdotcom

이 글의 제목을 무엇이라고 정하면 좋을까요?

이번주는 블로그에 들어올 시간이 없었다. 개설 당시에는 매일 매일 써야지! 했지만, 작심삼일이라는 말이 왜 공공연하게 쓰이겠나. 솔직하게 말하면 시간보다는 마음의 여유..도 과한 표현이고 그냥 쓸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아무글이나 그냥 일단 많이 써두자는게 애초의 목표였는데, 왠지 블로그라고 하면 일기장보다는 주제 있는 글을 써야할 것 같다는 쓸데 없는 의무감같은게 생기나보다. 그리고 집보다는 카페 같은 곳에 가야 글이 써진다는 별 이상한 조건형성도 되어있다. 돈을 아끼기로 했는데, 아무글이나 쓰자고 매일 카페에 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참. 돈도 돈이지만 퇴근 후에 집에 들렀다가 노트북을 챙겨서 다시 나가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살려고 하는 운동도 겨우겨우 해내는데. 살려고 글을 쓰면 좀 달라질까?

.

간만에 월요일 연차를 냈다. 토일월 3일을 어떻게 보낼지 목요일 즈음부터 대충 구상했다. 금요일 저녁에는 지난주에 먹었던 피자집에서 다른 피자를 도전해봐야지. 토요일에는 인스타에서 우연히 발견한 엘피바에 가야지. 그리고 거기서 글도 쓰자. 일요일에는 노티드에 가서 두바이 도넛을 사 먹어 봐야지. 월요일에는 한파 때문에 미뤄둔 빨래를 하고 느긋하게 집에서 빌린 책들을 다 읽어야지.

금요일 저녁부터 틀려먹었다. 금요일 퇴근길이 되니 피자는 전혀 당기지 않았고, 아웃백의 투움바 파스타가 당겼다. 예산초과인데. 근데 너무 먹고싶은 걸 어떻게 해. 토요일 아침에는 너무 늦게 일어나버렸고, 침대에서 릴스를 보느라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해버렸다. 씻기도 너무 귀찮고, 눈도 와서 엘피바에는 못 갈 것 같다. 물론 지하철이 날 데려다줄테지만, 아직 길거리에 눈이 너무 많이 쌓여있다. 큰일이다, 플랜비를 정해놓지 않아서 나는 하염없이 그냥 릴스만 주구장창 봤다. 그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배가 좀 고파져서 일요일에 먹기로 했던 도넛을 사러 가본다. 음, 눈이 예상보다 많이 녹았네. 도넛은 맛있다. 두쫀쿠보다 더. 그리고 또 다시 릴스, 유튜브, 넷플릭스 돌아가면서 본다. 왜 책은 안 펼쳐봤을까? 반납일이 다가오는데. 그러다가 8시쯤이 되니 또 배가 고파져서 어제 먹으려고 했던 피자를 시켰다. 지난 주에 먹은 피자가 더 맛있다. 그게 더 쌌는데 그걸 먹을걸. 그리고 또 릴스를 주구장창 보다가 잠든다.

지금은 일요일이다. 새벽3시에 잠든 여파로 11시쯤 일어났다. 어제보다는 빠르게 침대를 벗어났다. 재빠르게 씻고 머리를 말렸다. 빠르게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노트북과 책을 챙겨서 나선다. 지하철 역으로 간다. 10분 쯤 기다렸다가 지하철에 실려 간다. 네이버 지도에 찍어둔 주소를 향해서 걷는다. 아직 네이버 지도에 정식으로 등록되지 않아, 도로명 주소로 검색해야 하는 곳이다. 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나는 난로 냄새, 의미를 알 수 없는 노랫말이 흘러나오는 엘피바. 곳곳에 책이 빼곡하다. 기다란 나무 테이블이 있고, 손님은 나 빼고 한 명이 전부. 젊은 사장님이 귀여운 메뉴판을 건네고 조금 있다가 주문을 받으러 오겠다고 하신다. 키오스크를 반대하는 내 입장에서 이 공간의 모든 것이 마음에 든다. 자주 오게 될 것이라고 단숨에 확신한다. 따뜻한 핸드드립 커피 한 잔과, 두 딸을 먹여 키워냈다는 김정숙씨 레시피로 만든 '정숙빵'이라는 것을 시킨다. 앞에 꽂혀 있는 책등이 보이지 않는 책들을 하나 둘씩 탐색하다가 노트북을 펼친다. 따뜻한 난로 온기 때문에 손이 금방 녹아서 그런지 글이 술술 써진다. 이런 곳에서만 글이 써지면 상당히 곤란한 일 아닌가.

앉아 있다보니 손님이 하나 둘 더 들어온다. 이 분들도 이 곳을 인스타에서 우연히 발견하셨을까. 어떻게 알고 오셨는지 말을 걸고싶어 지지만, 요즘같은 세상에선 사이비로 오해받기 딱 좋으니 그만두기로 한다. 커피도 맛있고, 빵도 아주 맛있다. 계란과 햄, 오이가 들어가 있고 잼도 발려있는 것 같다. 이 빵을 먹고 자라셔서 이렇게 아름다운 공간을 만들어내셨구나, 한다.

맛 좋은 커피와 빵을 먹으면서 이 글을 다 쓰고 나면, 가져온 책 말고 여기서 발견한 책을 한 권 골라 읽을 것이다. 멋진 음악과, 각자 자기 일에 몰두한 손님들. 예상에 없던 책을 읽는 일은 얼마나 재미있는 일인가.

.

이 글의 제목을 무엇이라고 정하면 좋을까요?
muahjinnn@gmail.com으로 제안을 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daily #ess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