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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맛있고 차가운 맥주. 방금 따라내 표면에 거품이 묻어난 맥주. 이른 더위에 갈증난 목을 축이느라 조금 급하게 들이켰는지, 딸꾹질이 멈추질 않네. 투명한 컵 한 가운데로 자글자글한 기포들이 끊임없이 오르는 걸 보고 있자니 명상이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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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맞이한 주말다운 주말. 다음 한 주는 또 풀 야근이 약속되어 있다. 이런 주말을 그냥그냥 흘려 보내기보다는, 이렇게 외출도 하고 맥주도 마시면서 블로그도 써줘야 그 보람이 있고, 가치가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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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짧은 블로그 글을 쓰고 나면, 굳이 종이로 된 다이어리에 또 뭔가를 잠깐 끄적이다가, 2주 전에 빌려놓고 1/5도 읽지 않은 책을 읽을 것이다. 글을 쓰고, 또 글을 읽기. 평소에 그렇게 많이 하지도, 잘 하지도 않는 것들인데 평생 이것만 하고 살고싶다는 생각을 한다. 끝내주는 음악들을 골라주는 이런 엘피바에서. 부동산 어플로 이런 공간은 임대료가 얼마인지 검색한다. 나도 열 수 있을까, 이런 공간? 먹고 살기, 쓰고 살기 충분할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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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내가 그런 공간을 연다면, 거긴 어떤 도시, 어떤 동네일까. 어떤 주민들이 사는 곳일까. 사람 사는 곳이 다 거기서 거기이지 않을까. 그래도 왠지 어떻게 알았는지 알음알음 찾아오는 호기심 많은 사람들이 많은 곳이었으면 좋겠다.

만약 내가 나만의 공간을 연다면, 그 곳은 정확히 열기로 한 시간에 열고, 닫기로 한 시간에 닫을 것이다. 운영 시간 공지는 꼭꼭 네이버, 구글 지도에 성실히 반영할 것이다. 적은 메뉴를 구성해놓고, 혹여나 재료소진이 발생하면, 꼭 그때 그때 어디든 알려서 그 메뉴만을 위해 방문하는 손님이 헛걸음 하는 일 없도록 할 것이다. 테이블은 어떤 작업이든 가능하도록 넓을 것이다. 신청곡을 받아서 틀어주고, 다른 사람들의 재미있고 고혹적인 취향들을 탐색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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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은 남은 김치를 처리하기 위해서 라면을 먹어야지. 새로 시작한 넷플릭스 시리즈를 틀어놓고. 그리고 최대한 잠을 늦춰서, 주말다운 주말을 만끽할 것이다.

#daily #ess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