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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아 씀 긁어오기] 편애의 천재

2021년 어느 글방에 참여하여 썼던 글이다. (1/5)


이 글방에 참여 신청을 하기로 작정한 것은 충동에 가까웠다. 우연히 모집 글이 눈에 들어왔고 별 생 각 없이 신청 버튼을 누르고 바로 입금해버렸다. 그리고 이유를 찾았다. 나는 왜 이 글방에 신청했을 까. 조금 충동적인 경향이 있는 나는 일단 저지르고 나중에 수습하는 하는 식으로 인생의 많은 부분들 을 지나왔다. 신청하고 생각해보니, 요즘 나는 나를 잃어버렸다는 기분에 종종 휩싸이곤 했다. 서른이 넘었는데 내가 뭘 잘하는지도 모르고 뭘 하고 싶어 하는지도 모른다. 어디선가 일기를 쓰면 나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다기에 몇 번 시도해본 적이 있는데, 나의 일기란 그저 그 날 있었던 일을 단순히 나열 하는 것에서 끝나버리는 것이었다. 초등학생 시절 내 일기장에 선생님이 남겨 주신 코멘트는 늘 했던 일만 쓰지 말고 무엇을 느꼈는지를 쓰라는 것이었다. 나는 왠지 이제 더 이상 누군가 봐주지 않는 개 인적인 공간에 쓰는 것일지라도 내 느낌과 감정에 대해 쓰는 것이 민망하다. 어쨌든 일기를 써봐도 나 에 대해 잘 모르겠으니, 이 글방에서 주는 글감으로 고민하며 쓰다보면 나에 대해 조금의 힌트라도 얻 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아마도 그래서 그런 충동이 들었을 것이다.

주제를 보고 정신이 조금 아득해지기도 하고 심지어는 찰나지만 조금 두렵기까지 했다. 싫어하는 것 이라면 일부터 백까지라도 줄줄 읊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좋아하는 것이라고 하면 머리가 일순간 정지 되는 느낌이다. 그리고 마침내 좋아하는 것 일 번을 떠올리자 마자 든 생각은 ‘겨우 이 정도를 좋아한 다고?’하는 것이다. 나는 좀 거창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고 싶은데, 소소하기 그지없다. 내가 좋아하 는 것들은 너무 사소하기도 하고, 사소한 주제로 세 줄 이상 넘어가는 글을 쓸 재주는 없어 우선은 단 순 나열해 보기로 한다.

늦은 밤에 자려고 드디어 침대에 눕는 순간 이불의 감촉이 너무 좋다. 거창하지만 하루를 보상받는 기분도 든다. 근력 운동은 정말 힘들지만 그 고통이 짜릿할 때가 있다. 그 짜릿함이 맘에 든다. 이따금씩 발동하는 나의 충동이 좋다. 갑자기 생각지도 않은 부분에서 추진력을 발휘할 때 쫌 멋있는 것 같기도 하다. 나의 사랑하는 두 친구, 귀한 사람을 둘이나 얻어서 좋다. 어쩜 저런 문장을 썼을까, 저 사람은 평소에 무슨 경험을 하고 무슨 생각을 하는걸까, 이런 게 자꾸 궁금해지는 작가가 쓴 책을 발견하는 순간이 좋다. 가끔 스스로 청소기를 비우는 것도 귀찮을 때, 청소 도우미의 도움을 받는다. 일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완벽하게 정리된 집과 비워진 청소기를 보면 세상 다 얻은 듯이 행복하다. 연차를 쓴 평일, 여유부리며 늦잠을 자는 것도, 사람 없는 카페에 혼자 있는 것도 좋다. 모카포트로 커피를 내리는 것이 좋다. 이건 맛보다는 그냥 모카포트의 생김새가 좋기 때문이다. 최근 제일 좋아하는 노래는 디스클로저의 ‘where angels fear to tread’, 라이의 ‘the fall’, 엄정화의 ‘ending credit’이고 좋아하는 노래를 반복재생 하는 것을 좋아한다. 좋아하는 영화나 드라마를 배경음악처럼 틀어놓는 것도 좋아한다. 미드는 주로 ‘굿와이프’, ‘프렌즈’이고 영화는 ‘밤쉘’인데, ‘밤쉘’은 샤를리즈 테론 목소리가 좋아서 틀어놓는다.

최근 읽었던 좋았던 책도 리스트에 넣어볼까 했는데 최근에 읽은 책이 없어서 아쉽게 쓰지 못했다. 이 글방에서 보내는 시간도 곧 저 리스트에 들지 않을까. 첫 시간이 기대된다.

      1. 무아 씀.

#essay #글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