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아 씀 긁어오기] 원하는 것을 아는 일
2021년 어느 글방에 참여하여 썼던 글이다. (4/5)
'택배 하나 보냈어. 거의 도착했대. 안에 뭐가 있으면 좋을지 적어보내줘.' 익명의 문자를 받고 민조가 할 수 있었던 생각은 딱 하나였다. 민조가 무엇 보다 원하 지 않는 것이 있다면 그건 택배를 받는 것이다. 스마트폰 액정을 초점 없이 보던 민조는 메시지 함을 열어 익명의 문자에 아래와 같이 답장을 썼다. ‘뭐가 있으면 좋을지 말해달라니. 그런 건 보내는 너가 좀 알아서 해라. 하루 종일 이 것저것 선택해야할 게 얼마나 많은데 이런 것 까지 내가 골라야 해? 그 선택에 또 얼만 큼 책임을 물으려고. 이제 내가 원하는 게 뭔지도 모르겠는데 뭘 적어 보내라는 거야. 이런 문자 보내면 내가 좋아할 줄 알았냐? 피곤해 죽겠는데 같잖은 수수께끼 같은 거에 내가 뭐 박수라도 쳐야 되냐? 그러니까 뭐가 좋을지 물어보지 말고 알아서 좀 보내. 좋 아할지 말지는 그 다음에 생각할거야.’ 당연히 이런 답장은 보낼 수가 없었다. 충동적으로 든 생각으로 써내려간 문장들을 보 니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 악에 받친 건지 민조 스스로도 알 수 없었다. 택배를 받 아야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어깨에 짐이 하나 더 얹힌 것만 같은 민조는 길게 써내려간 문자를 지웠다가 다시 복구했다가를 반복했다. 이 말을 누구에게 하고 싶은 걸까. 원하 는 게 뭔지를 말하는 것이 왜 이렇게 힘이 들까. 택배가 오기 전까지 민조는 아무런 대답도 내릴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