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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오스크를 반대한다

키오스크를 반대한다. 키오스크는 디지털 소외계층에 적대적일뿐만 아니라 미적 기준에서도 꽝이기 때문이다. 우리 엄마아빠를 위해서도, 동네 할머니할아버지를 위해서도 반대하지만 단순히 나의 미적 욕구를 위해서라도 반대한다.

몇 주 전에 친구와 육회비빔밥이 맛있는 가게에 갔다. 맛도 맛이지만 그 곳은 전반적인 인테리어가 꽤 취향에 맞았기 때문에 다시 방문하고 싶은 곳이었다. 들어갔더니, 그 전엔 없던 키오스크가 테이블 마다 붙어 있었다. 까맣고 각진 네모난 창... 그리고 스크린 안에서는 각종 이벤트를 요란하게 광고하고 있었다. 난 순간적으로 다시 뒤돌아서 나가고 싶어졌다. 누군가는 유난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어떤 공간을 점유할 때는 그 공간이 주는 분위기도 아주 큰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음식을 먹는 기능 이상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 공간이 주는 힘이라고 여긴다. 그런 차원에서 키오스크가 있는 가게는 대체로 여유시간에 혼자 또는 친구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은 곳들은 아니다. 물론, 키오스크의 미덕도 있다. 회사 근처의 바쁜 직장인들을 받아내야 하는 식당이라면. 빨리 먹고 나가려면 테이블에 설치된 미니 키오스크로 바로 바로 주문하고 결제하는 시스템은 손님 입장에서도 편하다. 하지만 그 외의 경우엔 모두 싫다.

비슷한 사례로 만약 내가 커피 맛 외에 어떤 감성을 즐기기 위해 방문한 카페 계산대에 토스 단말기 같은 것이 있으면 나는 말 그대로 짜게 식는다. 이 곳은 내가 원하는 그런 종류의 카페가 아니다. 꼰대 같고 까딸스럽다고 표현해도 어쩔 수 없다. 나는 사람이 직접 주문 받고, 서빙까지 직접 해주는 카페를 좋아한다. 거창한 대화까진 아니어도 목소리를 내어서 주문하고, 가게를 나설 때는 내가 직접 쟁반을 반납하며 잘 먹었습니다, 정도는 하고 싶다.

돈을 냈으니 공간과 서비스를 내 입맛대로 해달라는 식의 요구는 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 그냥... 다시 찾지 않게 될 뿐이다. 나는 사장님이건, 알바생이건 뭘로 주문하시겠냐고 물어보고, 자리에 가져다 주며 맛있게 드시라고 인사해주는 곳을 선택할 뿐이다. 그런 곳은 아늑하고 환대받는 느낌을 주며, 키오스크가 없기 때문에 외적으로도 더 완벽한 인테리어를 가진 공간이 된다.

점점 키오스크가 많아지는 세상, 나같은 사람들은 부러 편리함을 피해서 기꺼이 불편함을 찾으러 이 공간, 저 공간 헤매는 것을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

#daily #essay